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인과성(Causality)이란 무엇인가

by meoktae 2025. 4. 7.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인과적 질문에 직면한다. "이 약을 먹으면 병이 나을까?", "이 정책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까?", 혹은 "특정 교육 프로그램이 아이들의 학업성취를 향상시킬까?"와 같은 질문들은 모두 인과성, 즉 한 사건이 다른 사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문제이다. 하지만 인과성은 단순히 사건의 동시발생(correlation)을 넘어선 더 깊은 연결성을 내포한다. 현대 인과성 이론을 대표하는 학자 주디 펄(Judea Pearl)은 "왜(Why)?"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인과 추론(Causal inference)의 원리와 방법론을 새롭게 제시했다.

이 글에서는 인과성 개념의 핵심 원리, 주디 펄이 제안한 인과성의 세 가지 수준, 그리고 그가 강조한 "Do-연산자(Do-Operator)"의 의미를 차례로 살펴보며,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 그의 주장을 체계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인과성(Causality)이란 무엇인가
인과성(Causality)이란 무엇인가

인과성의 핵심 원리와 상관관계와의 차이점

인과성의 가장 근본적인 정의는 "어떤 원인이 특정 결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주디 펄은 인과성을 설명할 때 반드시 상관관계(Correlation)와 명확히 구분할 것을 강조한다. 상관관계는 단지 두 사건이 함께 발생한다는 의미일 뿐, 반드시 한 사건이 다른 사건을 야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펄은 이를 "인과관계는 외부에서 개입(Intervention)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관계"라고 명확히 정의했다. 즉, 인과성은 "만약 ~한다면(what-if)" 이라는 가정적 개입을 통해서만 명백히 확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비가 오면 우산 판매량이 증가한다"는 상관관계를 보고, 우산을 더 팔기 위해 비를 내리게 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둘은 엄격히 구분된다.

이러한 차이는 데이터만으로는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펄은 인과적 추론을 위한 새로운 언어, 즉 그래픽 모델(Graphical Model)을 제안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주디 펄의 인과성 3단계: 관찰, 개입, 반사실

주디 펄은 인과성의 이해를 세 가지 수준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첫 번째는 "관찰(Association)"이다. 이는 기존 데이터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단순한 상관관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흡연과 폐암 발생률 사이의 상관관계와 같은 것이다.

두 번째 수준은 "개입(Intervention)"이다. 펄은 개입을 Do-연산자를 통해 표현했는데, 이는 직접적으로 변수의 값을 바꾸었을 때 나타나는 결과를 뜻한다. 예를 들어 "만약 내가 금연을 하면 폐암의 발병 확률이 얼마나 줄어드는가?" 하는 질문은 개입 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Do-연산자는 단순 관찰과 달리 변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얻어낸 결과이다.

세 번째 수준은 가장 고차원적인 "반사실(Counterfactuals)"이다. 이 수준에서는 과거의 사건이 다르게 전개되었다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상상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담배를 피우지 않았더라면 폐암에 걸리지 않았을까?"와 같은 질문을 포함하며, 이는 데이터만으로는 답할 수 없는 철학적이고도 논리적인 깊이를 요구한다.

펄의 이 3단계는 인과성을 단순한 데이터 분석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적, 윤리적, 논리적 문제로까지 확장시키며, 오늘날 인공지능과 데이터 과학의 핵심적인 논의로 자리 잡게 했다.

Do-연산자와 인과 그래프의 혁신적 의미

펄의 인과 이론 중 가장 유명한 개념이 바로 Do-연산자이다. Do-연산자는 단순히 관찰된 데이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변수를 의도적으로 변화시켜 그 결과를 평가한다. 펄은 이를 수학적, 논리적으로 다루기 위해 인과 그래프(Causal Graph)라는 새로운 도구를 제시했다.

인과 그래프는 변수들 사이의 인과 관계를 화살표를 통해 명시적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화살표의 방향은 원인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며, 이는 데이터로부터 얻은 정보를 논리적으로 구조화하여 인과 추론을 명확히 할 수 있도록 돕는다. Do-연산자는 인과 그래프에서 특정 화살표를 강제로 끊거나 연결함으로써 개입을 명확히 나타낼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Do(흡연=0)"은 흡연 변수를 의도적으로 제어하여 흡연하지 않았을 경우의 결과를 직접 평가할 수 있게 하는 개념적, 수학적 도구이다. 이는 현대의 정책 평가, 약물 효과 분석, 인공지능 의사 결정에서 필수적인 도구로 인정받고 있다.

 

인과성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학문적 성취에 그치지 않는다. 주디 펄이 제시한 인과 이론과 Do-연산자의 개념은 의료, 경제, 인공지능 등 수많은 분야에서 실제 정책과 의사 결정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펄이 구축한 이론은 단순히 데이터 분석을 넘어 인간이 "왜?"라는 질문에 더욱 정확하고 논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도구를 제공했다. 인과성의 정확한 이해는 우리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며, 결국 더 나은 사회와 삶을 만들어 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