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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 인과성(Granger Causality)이란 무엇인가

by meoktae 2025. 4. 7.

경제학과 시계열 분석 분야에서 자주 등장하는 그랜저 인과성(Granger Causality)은 인과적 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통계적 방법이다. 1969년 클라이브 그랜저(Clive Granger)가 처음 제안한 이 개념은 두 시계열 변수 사이의 예측 가능성을 중심으로 인과성을 정의한다. 그랜저 인과성은 "한 변수의 과거값이 다른 변수의 미래값 예측에 유의미하게 도움을 주는지"를 평가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인과성과는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이 글에서는 그랜저 인과성의 핵심 원리와 한계, 주디 펄(Judea Pearl)의 인과성 이론과의 비교, 그리고 그랜저 인과성의 장점과 활용 가능성에 대해 차례로 살펴보고자 한다.

그랜저 인과성(Granger Causality)이란 무엇인가
그랜저 인과성(Granger Causality)이란 무엇인가

그랜저 인과성의 원리와 적용

그랜저 인과성은 두 시계열 변수 X와 Y가 있을 때, "X의 과거 정보를 알고 있을 때 Y의 미래 예측 정확도가 개선되는가?"를 중심으로 정의된다. 만약 X의 과거 값이 Y의 미래값을 예측하는 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기여를 한다면, "X는 Y의 그랜저 원인이다"라고 말한다.

예컨대, 주식 시장에서 금리 변동의 과거 데이터가 주가의 미래 움직임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금리 변동은 주가의 그랜저 원인이라 표현할 수 있다. 이는 특히 경제, 금융, 날씨 예측 등 시계열 데이터 분석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그러나 그랜저 인과성은 데이터에 기반한 예측 가능성만을 평가하므로, 이 관계가 진정한 인과적 관계를 의미한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예측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실질적인 인과성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랜저 인과성과 주디 펄의 인과 이론 비교

주디 펄은 인과성을 단순한 예측 가능성을 넘어선 "개입(intervention)"의 개념으로 접근한다. 펄은 그랜저 인과성과 같은 통계적 접근이 인과성 개념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펄은 인과성을 "만약 내가 X를 바꾸면 Y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라는 Do-연산자(Do-Operator)로 표현하며, 이는 단순한 과거 데이터의 예측 능력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랜저 인과성은 본질적으로 상관관계(correlation)에 가깝다. 펄의 시각에서 보면, 그랜저 인과성은 "X가 Y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검증하는 수준에 머물 뿐, 실제 "X가 Y를 야기한다"는 인과적 개념과 명확히 구분된다. 따라서 펄의 관점에서 보면, 그랜저 인과성은 "관찰(Association)" 수준의 인과성에 그친다.

그랜저 인과성의 장점과 실용적 가치

그랜저 인과성은 인과 관계에 대한 복잡한 이론적 논의 없이도 시계열 데이터를 바탕으로 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강력한 장점을 갖는다. 특히 실시간 데이터 분석 및 경제지표, 금융시장 예측과 같이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분야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또한, 그랜저 인과성은 상대적으로 간단한 계산과 명확한 기준을 제공하기 때문에 분석가들이 시계열 간의 관계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복잡한 실험설계 없이 데이터만으로 특정 변수의 예측력을 판단할 수 있어 데이터 중심적인 분석 환경에서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그랜저 인과성은 데이터 분석에서 중요한 통계적 도구이자 예측의 효율성을 평가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그러나 펄이 지적한 대로, 그랜저 인과성은 "예측력"을 "인과적 개입"과 혼동할 위험이 있다.

주디 펄이 제시한 인과 이론은 진정한 인과적 추론의 기준을 높이고 있다. Do-연산자와 인과 그래프를 통한 명확한 인과적 개념 설정은 실제 정책 결정, 인공지능의 윤리적 사용, 의료적 의사결정 등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결국 그랜저 인과성과 펄의 인과 이론은 서로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예측과 개입, 관찰과 실제 인과 관계를 구분하는 명확한 인식을 통해 우리는 보다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