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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콘크리트, 지속가능한 건축의 미래를 열다: 시멘트 없이도 도시를 세울 수 있을까?

by meoktae 2025. 4. 17.

오늘날 세계는 기후 위기와 환경오염이라는 거대한 과제 앞에 서 있다. 플라스틱, 자동차 배기가스, 화석연료만이 문제일까? 사실 우리가 매일 걷고, 살고, 지나치는 ‘콘크리트’ 또한 막대한 탄소 배출의 주범 중 하나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8%가 바로 ‘시멘트 생산’에서 나온다는 사실, 알고 있었는가? 이제 건설 산업도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 이에 따라 ‘친환경 콘크리트(Eco-friendly Concrete)’가 주목받고 있다. 친환경 콘크리트는 단지 기존 콘크리트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도시와 탄소 중립을 위한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친환경 콘크리트의 정의와 필요성, 다양한 기술적 접근 방식, 그리고 이를 통한 지속 가능한 미래 건설의 방향을 소개하고자 한다.

친환경 콘크리트, 지속가능한 건축의 미래를 열다: 시멘트 없이도 도시를 세울 수 있을까?
친환경 콘크리트, 지속가능한 건축의 미래를 열다: 시멘트 없이도 도시를 세울 수 있을까?

친환경 콘크리트란 무엇인가? – 탄소 줄이고, 성능은 유지한다

콘크리트는 ‘시멘트 + 골재(모래, 자갈) + 물’의 혼합물이다. 이 중에서도 시멘트는 제조 과정에서 석회석을 고온으로 가열하기 때문에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의 출발점이다.

 

친환경 콘크리트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저탄소 배출: 시멘트의 사용량을 줄이거나, 시멘트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재료(예: 산업 부산물, 지오폴리머 등)를 활용한다.

재활용 자원 사용: 폐유리, 폐콘크리트, 철강 슬래그, 플라이애시(석탄재) 등 산업 부산물을 재사용한다.

내구성 및 수명 향상: 구조물의 수명을 늘리면 교체나 보수가 줄어들어 간접적인 환경부하도 감소한다.

예를 들어, 지오폴리머 콘크리트(Geopolymer Concrete)는 시멘트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알루미노실리케이트 계열의 재료와 알칼리 활성제를 이용해 만들어진다. 플라이애시나 고로슬래그를 기반으로 하며, 탄소 배출량이 최대 80%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카본 업사이클링 콘크리트처럼,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콘크리트 안에 ‘주입’하거나 ‘탄산화 반응’을 통해 영구 저장하는 방식도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친환경 콘크리트는 단순히 기존 자재의 대체를 넘어, 건설과 환경 사이의 새 균형점을 찾는 혁신이라 할 수 있다.

어떤 기술들이 사용되고 있을까? – 친환경 콘크리트의 다양한 접근

친환경 콘크리트는 기술적 접근 방식이 다양하다. 그 이유는 지역별 자원, 산업 특성, 건설 조건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기술 유형을 살펴보자.

(1) 산업 부산물 활용
플라이애시(Fly ash):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미세한 재. 시멘트의 일부를 대체하여 사용할 수 있다.

고로슬래그(GGBS): 제철소에서 나오는 찌꺼기. 시멘트보다 반응이 느리지만 장기적으로 강도가 높다.

실리카 퓸(Silica fume):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생기는 부산물로, 고강도 콘크리트에 쓰인다.

이들 자재는 자원을 재활용함으로써 폐기물 처리 비용을 줄이고, 탄소 배출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

(2) 바이오 기반 콘크리트
최근에는 박테리아나 조류(algae)를 활용한 생물학적 콘크리트도 연구되고 있다. 특정 미생물은 콘크리트 표면에서 탄산칼슘을 생성해 미세 균열을 ‘스스로 복구’하기도 하며, 일부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기능을 한다.

(3) 카본큐어(CarbonCure) 기술
북미에서 상용화된 기술로, 액화된 CO₂를 콘크리트 제조 공정 중 삽입한다. 이 CO₂는 콘크리트 안에서 석회화되어 구조체 속에 ‘영구 저장’된다. 콘크리트의 강도는 오히려 높아지며, 환경 부담은 줄어드는 ‘일석이조’의 기술이다.

이처럼 친환경 콘크리트는 하나의 기술이 아닌, ‘기술의 집합’이자 전략의 조합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 기술은 점점 더 실용화되고, 건축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한 전환점 – 친환경 콘크리트의 미래

친환경 콘크리트는 더 이상 실험실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미 공공 인프라, 고속도로, 데이터 센터, 주택 등 다양한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으며, 건축 자재 산업 전반의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국내외 적용 사례:
한국: LH공사와 국토교통부는 ‘탄소중립형 스마트 시티’ 구축을 위한 친환경 콘크리트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와 본사 신축에 탄소저감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있다.

유럽: 프랑스, 독일 등은 건축 허가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 인증을 요구하며, 친환경 자재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LCA(Life Cycle Assessment, 생애주기평가)를 기반으로, 자재 선택부터 폐기까지의 모든 단계에서 탄소 발자국을 고려하는 흐름이 확산 중이다. 이는 단순한 친환경을 넘어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로 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향후 과제는?
비용 경쟁력 확보: 초기에는 일반 콘크리트보다 비싸지만, 점차 대량 생산과 기술 표준화로 가격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적 지원: 정부의 그린뉴딜, 탄소중립 정책과 연계해 제도적 장치 마련이 중요하다.

인식 개선과 시장 확대: 친환경 건축 자재에 대한 건축가, 시공사, 소비자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콘크리트는 현대 문명을 지탱하는 기초 구조물이자, 동시에 환경 문제의 숨은 주범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다. 친환경 콘크리트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기술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남은 것은 이를 일상 속으로 확산시키는 의지와 사회적 합의다. 우리가 ‘도시를 세운다’는 것은 단지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환경을 함께 설계하는 일이다. 그 시작은, 우리가 걷는 인도 아래, 건물 벽 안쪽, 보이지 않는 ‘콘크리트’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